어제 저녁  퇴근길 이었습니다.

늘상 다니던 삼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는데 안전지대에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서 앞발로 허공을 가르며 재롱

을 떨고 있었습니다. 매우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기는 시끄럽고 그늘도 없는 안전지대로 고양이가 뛰어놀기에 마땅치 않다.

- 새끼 고양이는 여러마리가 어울리고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

- 저 안전지대는 평소에 불법주정차가 많은 곳이고 사각지대라 안전한 곳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새끼 고양이가 안전지대에 불법주정차 하는 차에 치여서 상처를 입고 아파서 양발을 흔들며 도움을 청하고 

는 것이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다시 가봐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때도 바로 핸들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워라 되돌아 가서 확인하게 되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더구나 저녁에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 

저녁식사 약속도 있어서 최대한 빨리 집에 주차를 하고 약속장소로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바빠서 돌아가서 확인하지 못하지만 "눈에 띄는 곳이니 한가하고 착한 누군가가 도와 주겠지. 지나가는 차

가 얼마나 많은데."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가다보니 문득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나치면 새끼 고양이가 더 위독해질 수도 있겠다라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집 앞에서 유턴을 하여 새끼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향하면서도 잠시 어미고양이와 떨어져 재롱을 떨다가 이

제는 가 버렸거나 아프더라도 그 많은 차 중에 누군가 구해 주었을 것이라고 애써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도착해서 본 현실은 새끼 고양이는 매우 슬픈 표정으로 눈도 감지 않고 죽어 있었습니다. 불과 10분여가 지났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 표정은 내가 그렇게 도와달라고 손을 흔들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내가 죽은거야... 그래서 억울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체도 수습할 수 없었습니다. 러시아워 때라 잠시만 정차를 해도 뒤에서 빵빵~ 거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 죽은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왔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 얼마나 한심한 가 생각했습니다.

이미 놓친 기회와 미안함...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라도 해 줘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전도록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또한, 이런 사소한 용기조차 없는 나에게 원망스럽습니다.


그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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