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인삼을 캐볼 기회가 생겼답니다. 저는 인삼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지역에서 자라서 평생 인삼을 체험해볼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 인삼으로 유명한  동네 처자와 결혼해서 살게 되어서 인삼을 만져볼 기회가 생겼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난생 처음 경험해본 인삼 수확하기 체험에 대해서 적어 보려 합니다. 마침 전날 출장이 길어져서 오전에 직장 대휴를 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번 년도는 다들 알다시피 가뭄이 심했기 때문에 좋은 작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뿌린 대로 거두고 싶은 것이 농부의 마음… 굵고 좋은 인삼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인삼밭으로 향합니다. 솔직히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일어나기 무척이나 힘들었답니다.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 입니다.

예전에는 곡괭이로 일일이 인삼을 캤다고 하는데 지금은 저렇게 큰 트랙터에 이상한 기계를 달아서 대량으로 인삼을 캔다고 합니다. 트랙터가 밭고랑을 지나가면 저 기계에서 인삼이 막 뚝뚝 떨어집니다. 정말 정말 신기했습니다. 오늘은 안개가 아주 짙게 껴서 사진들이 다 흐리게 나온 편이네요.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 인삼이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 명의 인부가 달려 들어 저걸 포대에 일일이 주어서 담습니다. 저는 아주머니들이 주어 담은 포대가 넘치기 전에 인삼 선별장으로 나르는 일을 했답니다. 나이로도 짬빱으로도 완전 막내라서 정말 땀이 나고 어깨가 빠질 정도로 날랐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사진은 찍어주는 영특함을 발휘했다는.. 핫핫핫.. 그런데 역시나 전체적으로 인삼이 심은 년 수에 비해 좀 작고 무게도 덜 나간다고 하네요. 안타깝습니다. ㅜㅜ 저게 4년근이라고 하는데 4년동안 씨 뿌리고 농약치고 잡초 제거하는 작업이 매해 반복되었을 텐데 씨알이 좀 커서 농부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인삼은 토양과 기후의 특성을 많이 타기 때문에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부어도 정말 제대로 된 녀석을 만나기 쉽지 않은 작물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여기는 선별장의 모습입니다. 저 뒤에 열심히 인삼을 캐고 있는 트랙터의 모습도 보이는 군요. 밭에 있는 인삼을 여기다가 쏟아 나오면 또 아주머니들이 크기 별로 선별을 해서 박스에 담습니다. 좋은 것도 많이 있지만 썩고 귀퉁이가 잘린 것들도 있어서 따로 분류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삼계탕 재료로 또 요긴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내년에 수확할 녀석들은 한 개도 썩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오호 매우 큰 이삼도 발견했습니다. 좋은 인삼은 뿌리가 길고 썩은 부위가 없으며 잔뿌리들이 저렇게 잘 퍼져 있어야 한다는 군요. 구형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거라 사진이 잘 안나왔는데 실제로는 정말 크고 잔 뿌리도 많습니다.

트랙터가 밭을 한 번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번 지나 간답니다. 혹시 아직 땅에 묻혀서 안 나온 것이 있지 않나 하구요. 몸값 귀한 인심이니까 하나라도 더 캐내야 겠지요?

오전 6시 이전에 시작한 인삼 캐기는 오후 1시 이전에 끝났답니다. 인삼이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일이 조금 더 빨리 끝났다고 합니다. 역시나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아직 저 밑에 밭이 많이 남아 있는데 내년에는 더 많이 잘 될 거라고 밭 주인 농부는 막걸리 한 잔에 껄걸 웃습니다. 긍정의 힘이 농사를 짓게 하는 에너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아직 캐지 않은 밭과 캐고 난 후의 밭의 비교입니다. 확연히 비교가 되지요? 아직 캐지 않은 저 밭에서 언제 캘 진 모르겠지만 그 때는 정말 대박을 기원해 봅니다.

아직 제품포장 작업과 공판장에 가서 무게를 달아서 판매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저는 반차만 낸 관계로 바빠서 서둘러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직장으로 왔답니다. 어때요? 인삼 캐는 과정에 대해서 잘 알게 되셨나요? 저는 처음 보는 인삼 캐기가 너무너무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는데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이상 간단한 에피소드만 적고 저는 밀린 일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모두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에피소드:

  1. 인삼은 귀한 거라서 잔뿌리만 깨작깨작 주워 먹고 있었는데 불쌍해 보였는지 어떤 아주머니께서 엄청 큰 인삼을 깎아서 주셨네요. 1개 먹으니 배부르고 젊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많이 피곤할 게 조금만 피곤하다고 느꼈던 1人.. ^^
  2. 소변 보려고 밭 뒤쪽으로 갔다가 뱀을 발견하고 기겁했다는...
  3. 세참을 얻어 먹었는데 나만 두 그릇 먹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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